나시 빠당 (Nasi Padang), 수마트라의 대표음식
‘나시 빠당’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빠당 지역의 음식으로, 보통 20~30개의 반찬들과 함께 나오는 밥을 말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백반집의 음식 같은 건데, 반찬들이 좀 더 묵직한 느낌?
빠당 전통음식이지만 빠당 음식점은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가까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싱가포르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40선에 오르기도 했다.
빠당 음식점의 특징은 식당 테이블에 앉으면, 종업원이 따로 주문받는 것 없이 접시에 담긴 각종 음식들을 내 테이블에 죄다 가져온다는 것이다. 테이블 넓이가 모자라서 2층으로 쌓아올리기도.. 그리고 자기가 먹은 음식에 대해서만 지불하는 방식이다.
이런 독특한 시스템 때문에 빠당음식 그리고 빠당식당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한 외국인이 여행 중 식당에서 곤욕을 치른 이야기는 인터넷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제법 큰 규모의 식당이나 그런 방식으로 음식을 가져오고, 작은 규모의 빠당 식당들은 ‘나시 짬뿌르 (Nasi Campur)’ 식당과 비슷하게 진행된다. 앞에 전시된 음식들 중에서 먹고 싶은 것을 고르면 그릇에 담아주는 일종의 뷔페 스타일.
2016년도 인도네시아 어느 지역에서는 나시빠당 식당들의 음식값이 일제히 오르자 해당지역의 공무원들이 봉급인상을 요구했을 정도로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식문화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40가지가 넘는 음식의 종류
‘나시 빠당’의 음식 종류는 40가지가 넘을 정도로 다양하다. 그렇다고 다른 지역에서는 맛 볼 수 없는 빠당 지역만의 독특한 음식이라 하긴 어렵고, 우리가 흔히 접하는 대부분의 인도네시아 음식 또한 빠당 스타일로 조리 하거나 소스들을 사용하면 빠당음식이 된다고 보면 적당할 것 같다.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중 하나로 꼽힌 적이 있는 ‘른당(Rendang)’ 역시 대표적인 빠당음식이다. 그 외에 다른 지역에서는 잘 안 먹는 독특한 음식들도 많은데, 소의 폐, 암소의 뇌, 소 골수, 도미 머리, 소 창자를 비롯한 각종 내장 등을 재료로 하는 것들이다. 이런 음식들은 른당과 같이 대중적으로 널리 먹는 음식은 되지 못했다.
음식재료에서 볼 수 있듯이, 빠당 음식이 주는 느낌은 강렬하다. 지역적 특성이 반영된건지 어쩐건지 모르겠지만, 흔히 인식되고 있는 빠당 사람들의 성질처럼 빠당 음식의 성질 또한 강렬한 느낌이다. 음식 주재료 뿐 아니라 소스에서도 그 강렬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빠당 음식의 소스들은 적당한 ‘간’ 보다는 확실히 짜거나 매운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단순히 짜고 매운 것이 아니라, 다채롭게 짜고 맵다.
요리에 첨가된 소스들 역시 ‘확실한’ 컬러를 보여준다. 짙은 노란색, 주황색, 갈색 등.. 일단 그 맛을 보기 전이라면, 왠지 꺼려지는 그 화려한 색들과 독특한 향신료 냄새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 재료를 아끼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빠당음식은 사람들(외국인)은 호불호가 갈리는 인도네시아 음식이 되기도 한다.
삼발 짜베 히자우 (Sambal Cabe Hijau)
내가 빠당음식을 좋아하게 된 건, ‘삼발 짜베 히자우(Sambal Cabe Hijau)’라 하는 소스 때문이다. 삼발(Sambal)은 소스라는 뜻이고, 짜베(Cabe)는 고추, 그리고 히자우(Hijau)는 초록색이란 뜻이다. 풀어보자면 ‘초록고추 소스’ 정도?
‘삼발 짜베 히자우’가 빠당 전통음식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빠당 식당에 가면 난 항상 이 소스를 한 수저 더 얹어 달라고 한다. 초록색 고추와 기름을 볶아 만든 이 ‘짜베 히자우’의 짜고 매운 맛은, 만약 내가 인도네시아를 떠나게 된다면 아마도 가장 그리워하게 될 맛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맛있다. 시도는 안해봤지만 맨밥에 이 소스만 비벼도 밥 한그릇 뚝딱 비울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셍기기 지역에서 볼 일이 많다보니, 점심이나 저녁 한끼를 가끔 셍기기 빠당집에서 해결한다. 그때마다 가는 곳이 바로 이 빠당식당. 가건물로 지은 식당이라 그 누추함이 이를 데가 없지만, 맛 만큼은 웬만한 호텔 음식보다 내 입에 더 잘 맞는다.
특히 그 짜고 매운 ‘삼발 짜베 히자우’는 내가 이 집을 몇 년째 방문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될 만큼 맛있는데, 이 집 삼발의 매력에 푹 빠지면서 내가 빠당음식에 입문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반에는 삼발 히자우에 푹 빠져서 며칠 동안 하루에 두 끼는 이 나시 빠당으로 해결한 적도 있다.
빠당 음식이 보기와는 다르게 다른 음식과 비교해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이다. 반찬 두 세개 정도 골라서 담아오면 보통 25,000~35,000 루피아 정도 나온다. 한동안 현지식으로만 먹었는데 가계부 식대 맞춰보니 생각보다 많이 나와서 깜짝 놀랐던 적도 있다.
요즘 와이프가 한국에 가 있는 터라, 평소보다 더 자주 가는 빠당식당. 오늘 저녁도 나시빠당으로 해결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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