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의 많은 식당들
인도네시아 발리를 다니다 보면 매번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어딜 가든 식당이 아주 많다는 것이다. 그냥 많은 게 아니라, ‘아주’ 많다.
단돈 천원 아래에서 해결되는 와룽(Warung)들과 운동화를 신고 들어가기 미안할 정도의 고급 레스토랑까지. 우리 한국도 식당 많은 것으로 치면 어디가서 빠지지 않는 나라이지 않을까 싶은데, 발리도 한국의 수준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진 않다.
이 많은 식당들이 다 장사가 될까? 싶을 정도로 빼곡하게 들어선 식당들을 지나치다 보면, ‘저 집은 직원들 월급은 다 줄 수 있으려나, 이해타산은 맞으려나’ 라는 쓸 데 없는 걱정도 잠시, ‘오늘은 어디에서 어떤 음식을 먹어볼까..’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발리음식, 입에 안 맞아 고생했다고?
특히 일식의 경우는 맛이나 인테리어 등의 수준이 동남아치고 지나치케 고퀄리티라서 당혹스러울 정도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종업원들이 일본어로 인사를 하고 신경 안쓴 듯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무심한 듯하지만 디테일이 살아있는 일본식 인테리어. 마치 일본의 한 거리에 있는 아무 식당에 들어 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알고보면 대부분 사장님이나 주방장이 일본인. 발리가 좋아서 이곳에 살고 있는 일본인이 많아서인지 이런 경우를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된다. 일본인 주방장이 만들어 내는 일식을 상대적으로 꽤(!) 저렴한 가격에 발리 전역에 걸쳐 쉽게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발리에서만 가능한 꿈같은 호사 중 하나다.
발리에서 음식 안 맞아서 고생했다는 사람들의 얘길 듣거나 블로그 글을 읽다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발리에선 꼭 ‘발리음식’을 먹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 나라에 왔으니 그 나라 음식을 먹어야봐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은 적어도 발리에선 버려도 좋다.
발리의 식당들이 세계수준인 이유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발리에 정착하면 식당을 열고, 유명한 쉐프 들이 이곳에서 자신의 식당을 오픈한다. 이유는 발리가 좋아서다. 그렇게 모여든 사람들과 그 안에서 만들어진 발리 내의 식당들은 서로 경쟁을 하고 보완하는 과정을 거치며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식당들과 음식의 각축장이 되었다. 프랑스가 음식이 유명하다고 해봤자 죄다 그 나라 프랑스 음식이고, 이탈리아는 피자의 본고장이라 하지만 모두 이탈리아 피자 밖에없다.
반면에 발리는? 이탈리아 피자집은 앞집의 또다른 이탈리아 피자와 경쟁을 하는 것은 물론, 프랑스 주방장이 요리하는 옆 집과 직접 면발을 만들어낸다는 윗집의 일식당 그리고 밤이 되면 연기 자욱한 건너편의 삼겹살 집도 신경을 써야 한다.
발리의 그 수많은 레스토랑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음식들, 그 보다 더 다양한 가격대.. 라는 수많은 선택지에서 굳이 전통음식만을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 입에 맞으면 발리음식도 오케이지만, 입에 안 맞는 것을 어떤 의무감에 억지로 먹을 것까지는 없다.
적어도 발리에선 먹는 것 때문에 고민할 일은 없다. 다만 오늘 저녁은 뭘 먹을지에 대한 고민만 필요하니, 흔히 말하는 행복한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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