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복 자야카르타 호텔
롬복에서 살면서 좋은 점 중 하나는 이곳이 휴양지라 리조트들이 지척에 무척 많다는 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년 중 한번 해외여행 계획 짜기도 힘든 것이 사실인데, 우리는 주말에 시간이 남으면 ‘가까운 리조트나 가서 놀다 올까?’ 같이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할 수 있다. 하루 전날이나 당일 아침에 예약해도 부담이 없다.
리조트에서 논다고 하면 꽤 많은 지출이 있을 거 같지만, 가격대가 다양하고 상대적으로 물가도 저렴한 곳이라 굳이 고급 리조트를 안 간다면 한국에서 나들이 다녀오는 정도의 비용이면 충분하다.
한국 성남에 산다면 ‘남한산성에서 백숙이나 먹고 올까’ 정도의 느낌? 거주자의 입장에선 불편한 점도 많은 롬복이지만, 이런 식으로 노는 쪽이라면 장점이 훨씬 많다.
이번 주말에는 ‘롬복 자야카르타 리조트’에서 숙박을 했다. 큰 애가 이 리조트의 수영장을 좋아하고 조만간 가겠노라고 약속한터라 어쩔 수 없이 선택을 했다. ‘어쩔수 없이’ 라는 것은 나와 아내는 이곳을 그렇게 썩 좋아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어쩌다보니 남한산성 백숙 한상차림 만큼 저렴하게 예약이 가능해서 스위트 객실을 이용했는데.. 뭐 역시.. ㅎㅎ 하지만 저리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잘 했다는 생각도 들고..
수영장과 바다가 보이는 베란다 의자에 잠시 앉아 쉬는 동안, 따스한 바닷바람이 얼굴에 스치고 얼른 수영하러 가자며 칭얼대는 아이들을 무릎에 앉히면 행복이 별 건가 이게 바로 행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야자수 아래 가득찬 따뜻한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을 가르며 이리저리 뛰놀고
아빠는 썬베드에 누워 별것도 없는데 괜히 ‘어허, 어허! 조심해야지!’ 이런 의미 없는 외침으로 최소한의 의무를 다하고 있음을 주변에 알린 뒤 그 자리에 누워 잠이 든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어린이 풀장의 모래. 이거 때문에 큰애가 이곳을 그토록 원했던 거다. 둘째는 아직 그런게 없으나.. 좀 더 크면 또 모르지..
그러고보니 난 이날 한번도 수영장에 들어가질 않았네.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 10만원이 채 안되는 돈으로 하룻밤을 즐겁게 놀다왔다. 샤워실 물이 잘 안 나오는 것만 빼면 더 좋았을텐데.. 어차피 10분 걸리는 집에서 씻었으니 그렇게 억울할 것도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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