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근처 봄 나들이, 안성맞춤랜드
처가댁에서 15분 정도의 거리에 ‘안성맞춤랜드’라는 곳이 있다.
이름에 ‘랜드’가 붙어 있어서 막연하게 놀이기구가 있는 곳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가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곳.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안성맞춤’의 안성이 이 동네 ‘안성’을 가리킨다. 아내가 알려줘서 처음 알았던 얘기다.
혹시나싶어 ‘그러면 안성탕면의 안성도 여기겠네?’라고 장난스레 물으니 ‘어, 안성탕면 공장 이 근처에 있어. 학창시절에 견학가면 라면 한 박스씩 주고 그랬어.’란다.
아니, 무슨 견학을 라면공장으로 가지?
이곳은 넓은 부지의 공원과 캠핑장, 사계절 썰매장 등을 비롯한 몇 개의 시설들을 갖추고 있는데, 주말에는 공연장에서 남사당 풍물단의 공연이 있다고 했다. 예전에 소설책으로 읽었던 바우덕이 이야기다. 안성이 시골인줄로만 알았는데, 알면 알수록 매력 넘치는 동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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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시작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서 공원 벤치에 앉아 봄바람도 느끼고, 호수 산책길을 거닐다 오리 구경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이런 짜투리 시간들이 좋다.
뉴스에서 미세먼지를 주의하라고 하지만, 이렇게 파란 하늘을 보고 집에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나.
안성남사당 바우덕이 풍물단 공연
공연시작 30분 전에 공연장으로 이동하여 표를 끊었다. 공연장의 벽에는 ‘안성남사당’이 유네스코 세계무형 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고 새겨져 있다.
오래돼서 기억은 잘 안나지만 예전에 바우덕이 소설을 읽은 적이 있던터라, 남사당 공연을 관람한다는 것이 마치 잊고 있던 지인을 만나는 것처럼 반가웠다. 머릿속으로 소설 내용을 떠올려 보려 애쓰며 공연장 안으로 들어갔다. 전체 조명이 꺼지고 곧 부분 조명이 켜지며 공연시작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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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물단 공연이 있기 전에 평화예술공연단이 잠시 나왔다.
잘 모르겠지만 공연이 왠지 북한스러웠고 공연을 한 사람들도 북한사람들 같았는데, 사회자가 소개할 때 딴청을 피우느라 정확하게 무슨 사람들인지 알 수가 없더라. 아내에게 물으니 무심하게 ‘북한 사람들’이라고 하던데, 맞는지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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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의 내용은 소설책의 것과 비슷하다.
바우덕이를 중심으로 하는 남사당패의 이야기가 남사당패의 놀이형식에 맞춰 진행된다. 와, 참신하고 세련된 구성이다.
게다가,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풍물단은 남사당놀이의 모든 형식을 짧은 시간에 모두 보여주는데, 풍물, 버나(그릇돌리기), 살판(땅재주), 가면극, 덜미(꼭두각시 놀음), 줄타기의 요소들이 이야기의 흐름에 어색하지 않게 잘 녹아져 있다.
혹시라도 공연을 볼 예정인 사람들은 간략하게 위키백과의 남사당놀이 문서를 한번 읽어보자. 모르고 보면 좀 지루할지 몰라도, 미리 알고 보면 이 공연이 얼마나 잘 만들어진 공연인지 알 수 있다.
바우덕이가 아슬아슬 떨어질 듯 말듯 외줄을 타는 장면에서 공연은 절정을 이룬다.
공연이 끝나면 관객들과 함께 무대에서 원을 그리며 풍물놀이를 즐긴다. 이 또한 과거 남사당놀이의 구성과 닯았다.
딸아이와 아들에게 너희도 나가서 놀라고 하니, 딸 애는 기다렸다는 듯이 혼자 성큼 뛰어나가 신나게 뛰어놀다가 어린 배우들과 함께 사진도 같이 찍어왔다.
‘너도 바우덕이 할래? 줄타기도 할 수 있는데.’ 라고 하니, 예쁜 언니 되는 건 좋은데 줄타기 무서워서 싫단다. 이젠 호불호도 확실하고 이유도 잘 이야기하는 나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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