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덕평휴게소‘에서 빠져 나온 뒤, 원래의 목적지인 ‘공룡수목원’으로 향했다. 차 안에서 몇 마디 나누다 보니 벌써 이정표가 보였다.
휴지로 입 주변에 뭍은 꼬치 소스를 닦고 있는데, 네비게이션을 보니 벌써 거의 다 왔단다. 뭐냐 이거..
너무 가까워서 휴게소에 왜 들렀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휴게소는 잠시 거치는 곳이 아니라 목적지가 될수도 있다는 가풍을 저항없이 받아들이기로 했다.
덕평 공룡수목원
설마설마 했는데 덕평 공룡수목원은 정말로 공룡을 테마로 하는 수목원이었다.
‘공룡’과 ‘수목원’이라는 뭔가 어울리지 않는 단어 조합이라, 수목원에 공룡이 있을까 싶었지만, 막상 와 보니 말 그대로 수목원에 공룡 조형과 공룡영화를 상영하는 미니극장, 공룡 관련 기념품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난 그 전까지는 ‘공룡’이 그 지역 동네 이름 정도 되는 줄로만 알았다.
식당 옆에서 판매하는 델리만쥬도 이름이 ‘공룡만쥬‘였고, 모양도 공룡모양이었다. 이쯤되면 나 같아도 ‘공룡 수목원’ 외에는 적당한 다른 이름이 생각나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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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역시 봄나들이를 나온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많았는데, 아까 휴게소에 아이들이 다 이쪽으로 왔나 싶을 정도로 모두가 아이동반 가족들이었다.
대부분 우리 애들과 비슷한 또래들이었고, 모두들 우리 애들처럼 신나했다. 원래 이 나이 때는 다 공룡을 좋아하는건가? 난 좀 무섭던데..
생각만큼 넓은 부지는 아니어서 구석구석 둘러봤어도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울긋불긋 예쁜 꽃들이 울창한 초록빛 숲에서 고개를 들고 사람들을 반겼다.
숲 속의 적당한 구불길과 오르막, 작은 크기의 폭포와 물줄기 소리, 새소리.. 사람들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난 적당히 좋은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이 든다.
이보다 규모가 크거나 길이 힘들고 위험하다면 아이들과 오기에는 무리가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설마 어른들이 아이없이 공룡조형들 보러 여기까지 올리도 없고..
직업병인지 뭔지 내가 온 곳은 구석구석 꿰차듯이 둘러봐야 직성이 풀리는데, 짧게 끝낼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이런 것에도 공룡을 갖다 붙이나?’싶은, 약간 억지스러운 것들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괜찮았다. 아이가 없었다면 이런 곳에 올 일도 없었을텐데 덕분에 구경 잘했네.
공룡만쥬를 하나 입에 물고 내려올 때 쯤, 아까보다 더 많은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우리는 돌아오는 길에 다시 휴게소에 들러서 그 유명하다던 소고기국밥을 한그릇 씩 비우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오자마자 장모님이 물었다.
‘저녁은 뭐 먹을까?’
처갓집에 송곳 차고 간다는 옛속담이 생각났다. 옛말 틀린 거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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