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도네시아 여자가수’들의 노래에 푹 빠져 있다. 여자 가수라기 보다는 여자 보컬의 밴드 노래들. 그중 ‘꼬딱(Kotak)‘의 ‘마시 찐따 (Masih Cinta)‘ 라는 노래를 자주 반복해서 듣고 있는데, 노래가 기가 막히게 좋다. 노래의 제목인 ‘마시 찐따’는 ‘아직 사랑해’, ‘여전히 사랑하고 있어’.. 정도의 뜻이다.
뭐 어느 나라든 노래 제목은 다 비슷비슷하구나..
편의점 아르바이트의 추억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스무 살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 할 때 오토리버스로 반복해서 듣던 여자가수 혹은 여자 보컬인 밴드의 노래가 떠올랐는데 그게 누군지 생각이 안 난다. 자우림인가, 리아인가,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은데 검색해보니 또 아니고..
(추가 – 나중에 생각났다. 밴드의 이름은 ‘주주클럽’, 노래 제목은 ‘나는 나‘)
어쨌든 이 노래를 들을때 퍼지는 묘한 감정들이 스무살 당시의 추억을 떠오르게 했다. 그 추억들이 밝고 밝은 편의점 내부라는 사실이 좀 아쉽지만, 그래도 그때의 즐거웠던 기억들과 지금 생각해보면 별 거 아니어도 당시에는 심각했던 고민들, 그리고 여러 진지했던 생각들과 주변사람들과 소소하게 나누었던 대화들, 늦은 밤의 술취한 사람들, 새벽에 들어오던 신문과 빵 같은 것과 유리문을 열 때 들어오던 차갑지만 신선한 새벽공기까지..
덕분에 20년 전의 향수들이 밀려들어서 울컥울컥 하게 된다. 나 요즘 왜 이래? 너무 센스티브 하네.
당시에는 편의점이라는 것들이 서울을 중심으로 우후죽순 생겨나던 때이고, 분당 서현 인근에서는 내가 근무하던 편의점이 거의 유일했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편의점은 엘지25.. 앜
그때 같이 일하던 동갑내기 남자 애가 있었다. 지금 떠올려 봐도 나처럼 계산적이지 않고 심성도 착했던 친구였는데, 작은 눈과 안경 그리고 뾰족한 턱이 왠지 잘 어울려서 보면 볼 수록 호감 가는 인상이었다. 좀 이상한 얘기처럼 들리겠지만 진짜 그랬다.
그 친구는 졸음이 쏟아지던 새벽에는 졸려하는 날 보고 눈 좀 붙이라고 창고 안 바닥에 박스도 깔아주던 기억도 난다. 친절하기도 하지.. 스포츠 신문도 몰래 빼서 먼저 보고 티 안나게 다시 꼽아 두었던 기억도.. 넌 가수 누구 좋아하니, 무슨 노래 좋아하니.. 취미가 뭐니 같은 쓸 데 없는 얘기들로 지루한 밤을 보냈었는데, 그 때 그 친구가 좋아하던 노래가 바로 편의점에서 반복해서 나오던 노래들이었다.
지금은 그 노래들의 가수가 누군지, 그리고 노래들의 멜로디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꼬딱(Kotak)의 ‘마시 찐따(Masih Cinta)’를 들으니 내 스무살의 겨울, 편의점 추억들이 떠오른다.
그 친구는 지금 쯤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으려나 궁금하다. 막상 만나면 딱히 할 얘기도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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