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래빗
지난 주말에는 웬일인지 애들이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하는 거다. 우리 집 애들은 어둡고 시끄러운(?) 음향시설이 있는 극장을 가는 일을 엄청 싫어해서 좀 의아하다 생각했는데, 엄마가 애들에게 ‘피터래빗’의 트레일러를 보여준 것. 애들 마음 바뀔까, 얼른 준비해서 트랜스 마트로 향했다.
영화관에 안 가는 아이 둘을 포함해서 성인 두 명까지 이 영화를 보게 됐으니 트레일러를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본인 실력에 자부심을 가지셔도 좋겠다.
[embedyt] https://www.youtube.com/watch?v=dNAs5i2O7uo[/embedyt]
난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되는 원작이 영국의 유명한 그림동화라는 것은 몰랐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검색을 해보니 익숙한 토끼들의 일러스트들이 나왔다. 아.. 얘네가 그 토끼들이구나.
원작이 어떤지를 떠나서 영화는 무척 재밌다.
주인공 토끼 무리들을 포함하여 동물들의 코믹한 장면들, 예를 들면 사슴인지 노루인지가 자동차 헤드라이트의 매혹에 푹 빠져 꼼짝 못하는 장면이나 마지막에 여자 주인공을 못 가게 하기 위해서 다시 반복되는 노루의 헤드라이트 장면, 발바닥에 침을 묻혀 귀를 간질이는 장면과 땅콩잼이 발려있는 철책에 전기가 흐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땅콩잼의 유혹에 넘어가는 고슴도치 등, 여러 장면들을 코믹하게 잘 표현해서 영화 내내 아이들과 함께 깔깔대며 웃었다. 최근 본 영화 중 가장 만족스러운 수준.
2008년도의 롬복 영화관
영화가 끝나고 밖으로 나오자 새삼 예전 생각이 났다. 인도네시아 롬복에서 현대적인 시설의 영화관을 이용한다는 것, 그것도 CGV 멀티영화관에서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골라보고 있다는 사실에 격세지감도 느꼈다.
멀티상영관이 롬복에 생긴지는 불과 3년도 채 되지 않았다. 처음 롬복에 왔던 2008년도에는 영화관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미니영화관이 오래된 쇼핑몰 구석에서 철지난 영화들을 비정기적으로 상영했었다.
영화관 분위기라도 내보려고 지금의 아내와 손잡고 미니영화관에서 알아듣기 힘든 인도네시아 영화를 보던 10여 년 전의 일이 기억났다. 지금은 두 아이를 데리고 CGV에서 개봉영화를 감상하다니, 시간은 참 빨리도 흐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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