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취미
요즘은 드물지만 예전에는 쓸 데 없이 ‘취미’를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력서를 쓸 때나 개인 신상 조사 같은 것을 적을 때도 ‘특기’와 더불어 항상 같이 기재해야 하는 ‘취미 란’에는 도대체 뭘 적어야 될지 한참을 고민하게 만들기도 했었는데, 특기야 그렇다 쳐도 도대체 나의 취미가 왜 궁금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설마 사장님이 나랑 친해지려고?
이럴 때 가장 무난하게 답할 수 있는 것이 독서나 영화 감상, 음악 감상.. 이런 것들이었다.
요즘이야 독서나 영화, 음악 감상 외에도 취미 혹은 여가생활로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아졌으니 취미를 묻는다는 것이 그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좀 쓸데없는 질문처럼 되긴 했지만, 예전에는 남녀 간의 미팅에 나가더라도 상대에 대한 간단한 호구조사 뒤에 이어지는 필수 질문 중 하나였다.
지하 커피숍 소파에 마주보고 앉아서 이런 취조같은 대화를 나눈다.
‘저.. 취미가 뭐예요?’
‘저요? 음.. 음악감상이요. 그러는 그 쪽은 취미가 뭐예요?’
‘아, 저는 영화 보는 거 좋아해요. 음악감상도 좋아하구요.’
‘어떤 음악 좋아하세요?’
‘H.O.T 요.’
‘네?’
새로운 학년이 되어서 새로운 친구를 사귈 때도 언젠가 한 번쯤은 묻는 질문, ‘야, 넌 취미가 뭐냐?’
그런데, 요즘은 이 질문을 거의 하지 않는다. 나도 요 몇 년 동안 누군가에게 취미가 무엇인지 물어본 적이 없는 거 같고, 반대로 누군가에게 질문을 받아본 적도 없는 것 같다.
상대의 취미가 더 이상 궁금하지 않은 세상에서 사람들은 어떤 취미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나를 아는 누군가가 혹시 궁금할까 미리 말해 두는데, 나의 취미는 독서와 영화 감상, 그리고 음악 감상이다. 역시 무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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